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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루

171103의 악몽

by 치버 2017. 11. 3.

나는 원래 악몽을 꽤 자주 꾸던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던 것 같은데..

 

아마 중고딩 때부터였던 것 같다.

 

 

 

예전 악몽의 주제는 주로 귀신 등이었는데

 

다 자라고나서부터의 주제는 문이었다.

 

 

 

문.

 

아마도 어릴 때부터 당한 가정폭력의 결정체인 것 같다.

 

아버지(라고 썼지만 남보다 못한 아저씨가 맞겠지.)술에 잔뜩 취해선 쇠로 된 문을 발로 차고 주먹질을 하며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들을 몇 시간이고 외쳐대던 일,

 

중고딩 때 이사 후에는 방문까지 철컥철컥, 발로 차고 죽여버리겠다며 욕설을 질러대던 일들의 결과물일 거다.

 

 

 

저 문이 열리면 엄마와 우린 죽는다.

 

난 죽는다.

 

아주 어릴 적부터  대학교에 다닐 때까지 아저씨가 저녁 정상적인 시간에 귀가하지 않으면 그런 공포에 떨며 살았었다.

 

 

 

지금은 결혼해 나와 살기를 어언 6년.

 

잊었다고 생각은커녕 생각도 안하고 살고 있는데

 

악몽은 여전히 날 괴롭혔다.

 

주제는 거의 문이었고.

 

 

 

그러다 작년 유기묘 한 마리를 데려와 어쩔 수 없이 키우게 되었는데,

 

그 후로 정말 악몽을 안 꾸게 되었다.

 

어쩌다 악몽을 꾸고 나서 보면 고양이가 머리맡에 없다거나(머리맡에서 잔다)

 

혹은 중성화 수술 직후였다.

 

 

 

이런 거 진짜 안 믿었는데 신기함;;

 

 

 

그러다 오늘 악몽을 꿨는데 주제는 역시 문.

 

 

 

 

 

 

 

문을 제대로 잠궜는데 침입하려는 놈이 문을 흔들고 있다.

 

어느새 문은 조금 열려 그나마 걸려 있는 문고리를 제끼려 하고 있다.

 

 

 

문이 열리면 어떡하지,

 

바로 부엌으로 달려가 칼을 쥐어야 해,

 

문이 열리지 않게 문으로 다가가 문고리를 제대로 걸려는 순간,

 

우유 넣는 구멍? 신문 넣는 구멍?으로 팔이 들어와 날 잡아당기려 했다.

 

 

 

이 뒤에도 상황은 쭉 이어져 문이 열리고 난 경악해서 정신 못차리고

 

다른 사람들이 와줘서 그놈을 잡으려 했는데도 잡지 못하고,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심정으로 베란다 밖까지 뛰어 내리려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 뒷부분은 희미하다.

 

 

 

악몽에서 깨고 나면 정확하게 기억에 남는 부분은 문이다.

 

문이 열리기 직전까지의 공포. 그건 현실이었으니까.

 

 

 

깨고 나서 머리맡을 보니 고양이가 자고 있다.

 

원인을 생각해보니 자기 직전까지 난 휴대폰으로 총몽-화성전기를 봤었다.

 

그게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인면수 등.. 정상적인 내용은 아니니까;;

 

 

 

미안하다 고양이.

 

내가 부주의했고 넌 열일했어.

 

난 널 믿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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