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에 버스가 멈췄다.
앞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타기 시작했다.
10대? 20대?로 보이는 여자가 갑자기 일어나
아저씨 문 열어주세요 하고 외쳤다.
말투나 억양이 약간 외국인 같았다.
들리지 않을 수가 없는데 문이 안 열렸다.
여자가 재차 문 열어달라고 불쌍한 목소리로 애원하듯 말했지만 기사는 무시.
여전히 앞문으로는 사람들이 계속 타고 있는 상황.
뒤늦게 눈치를 챘는지 여자는 벨을 누르고 다시 열어달라고 외쳤는데 또 무시.
맘속으로 욱하더라. 저 정도면 열어주겠다. 아직도 사람들 앞문으로 타고 있는데.
하다못해 앞문으로 탄 남자분 몇몇이 뒷문! 열어주세요! 하니
그제서야 기사가 하는 말,
“앞으로 내려요.”
? 사람들 계속 타고 있는데, 그것도 앞으로 내리라는 게 운전기사가 할 말임? 뒷문 고장났냐..?
심지어 타려는 사람들이 뒷문으로 타려고 모여들지도 않았다.
그래도 그 말에 여자는 허둥지둥 앞으로 몇 걸음 옮길 때
기사가 자기가 한 말이 말이 안 되는 걸 느꼈는지 뒷문을 열더라.
하. 진짜 죽을 죄 지었냐.
여자가 내릴 때도 앞문으론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문 열어주라고 외치던 남자분 중 하나가 궁시렁거리듯 그러더라.
문 그거 그냥 열면 되지 대체 왜 안 열어주는 거냐고.
아마 같이 외쳐주던 남자분들이 없었다면 애꿎은 남혐이 생길 뻔했다.
그냥 그 기사 하나가 진상이었던 것을.
마음이 편해졌다.
PS. 뒷문 열리자마자 벌떡 일어나 뒤따라 내린 대학생 같은 남자야.. 너도 내릴 거였음 같이 문 열어달라고 외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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